tvN 월화드라마 '나의 유죄인간'에서 설인아가 맡은 강재희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재벌 3세 윤이준(임시완 분)을 밀착 수사하기 위해 수행비서로 위장 취업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다. 그간 드라마 속 남장 캐릭터들이 주로 금녀의 구역에 들어가거나 신분을 숨기기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남장을 택했다면, 강재희는 용의자를 감시하는 동시에 남자 주인공을 물리적인 위협에서 지켜내는 수호자 역할을 자처한다. 뻔한 로맨스 공식을 비튼 '역클리셰'의 중심에 설인아가 서 있는 셈이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박단희 감독은 "액션 팀보다 잘하는 여배우는 처음 봤다"며 첫 촬영부터 부상으로 응급실을 다녀온 지 한 시간 만에 복귀해 촬영을 마친 설인아의 근성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기획을 이끈 김호준 CP 역시 "여배우가 몸을 잘 쓰면 이렇게 좋구나 싶었다. 20년간 고은찬이었던 남장여자 고유명사를 이번에 바꿔보자고 제안했다"며 굳건한 신뢰를 표했다. 단지 외모를 꾸미는 수준을 넘어, 눈빛과 몸짓부터 온전히 단련된 특수부대원의 태를 입은 설인아의 활약은 제작진의 호언장담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했다.
작품이 내세운 스릴러와 로맨스의 복합 장르 역시 설인아의 존재감 덕분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살인 용의자와 형사라는 아슬아슬한 관계 속에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긴장감, 이를 바탕으로 쌓아가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서사를 이끄는 강력한 무기다. 바쁜 촬영 일정 속에서도 부산행 KTX 안에서 임시완과 대본 연습을 자처할 만큼 쏟아부은 열정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발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사내맞선', '철인왕후', '반짝이는 워터멜론' 등에서 통통 튀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주로 뽐내왔던 설인아에게 '나의 유죄인간'은 연기 인생의 굵직한 분기점이다. 예능에서 입증한 '근수저'의 끈기가 본업인 연기 변신으로 직결되는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숏컷 형사로 과감한 연기 변주를 꾀한 그는 오는 11월 '무쇠소녀단3'를 통해 빙판 위 쇼트트랙 계주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틀을 깨부수는 설인아의 질주가 배우로서의 다음 페이지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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