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K팝 보이그룹 저스트비(JUST B)의 멤버 배인(송병희·23)이 성소수자(LGBTQ)라고 공식 발표했다. 성소수자 커밍아웃은 K팝 보이그룹 가운데 처음이다. 배인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우려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배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콘서트 '저스트 오드'(JUST ODD) 무대 위에서 "내가 LGBTQ 커뮤니티의 일원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열창하며 무지개 깃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배인 뿐만 아니라 K팝 걸그룹 멤버 역시 최근 커밍아웃했다. 하이브(HYBE)의 글로벌 프로젝트 걸그룹 캣츠아이(CAT’S EYE) 라라는 SNS를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라라는 "무서울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유색 인종이란 벽이 있어 두려웠다"면서도 "나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일부 K팝 팬들은 배인과 라라의 성 정체성 고백에 "응원한다",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팬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고, 다양성 수용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긍정적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K팝 아이돌의 잇따른 커밍아웃을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K팝 아이돌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들의 발언이 청소년의 성적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정체성에 대해 아직 분명한 생각을 갖지 못한 어린 팬들에게 이들의 커밍아웃 메시지가 지나치게 이상화되거나 '선택지'처럼 소비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에서는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충분하지 않아 이런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커밍아웃 선언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가 솔로 가수가 아닌 팀이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배인의 커밍아웃이 저스트비 멤버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도 하더라도 팀 정체성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가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K팝 산업이 '이상형 판타지'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것을 고려할 때 배인의 커밍아웃은 일부 여성 팬들에게 작지 않은 충격과 일종의 배신감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팬덤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성 정체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국가에서는 활동이 제약받을 수도 있다.
한 K팝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요계 환경에서는 그의 정체성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기보다, 하나의 콘텐츠로 소모되거나 자극적인 소비 프레임에 갇힐 위험이 크다"며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성소수자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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