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왼쪽부터 신예찬, 조원상,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왼쪽부터 신예찬, 조원상,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내가 있는 밴드의 보컬이 최상엽이야. 내가 있는 밴드에는 신예찬이 있어.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그런 팀이라고 생각해요." (조원상)

23일 미니 6집 '와장창'을 발매하는 루시(LUCY)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언론과 만났다.

'와장창'으로 오랜만에 컴백하는 루시. 앨범명에는 변화를 꾀하겠다는 멤버들의 다짐이 담겼다. 최상엽은 "이전 앨범들과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 전에 있던 것들을 다 깨고 새로운 틀로 음악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조원상도 "이전까지 저희가 해왔던 것들을 모든 것을 다 깨부수겠다는 말은 아니다. 항상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엔 그보다 더 큰 변화를 한번 내보고 싶었다. 듣는 이에게 자신의 어떤 것을 깨부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루시 조원상/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조원상/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조원상/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조원상/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타이틀곡 '잠깨'는 캐치하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 센스 있는 라임과 위트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잠을 깨우는 듯한 통통 튀는 드럼 비트를 시작으로 경쾌하게 흘러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루시 표 청량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더블 타이틀곡 '하마'는 중독적인 베이스 루프에 대비되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반전을 준다. 곳곳에 나오는 재미있는 FX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에서의 가장 큰 도전은 다방면에서 대중성을 갖추는 것이었다. 조원상은 "두 가지 측면의 대중성이 있다. 이지리스닝한 대중성, 그리고 자극적인 대중성"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지리스닝의 '잠깨', 자극적인 사운드의 '하마' 두 곡이 타이틀로 선정됐다.

'와장창'은 멤버 신광일의 입대 후 처음으로 내는 앨범이다. 루시의 드러머 신광일은 지난해 9월 육군 군악대로 현역 입대했다. 멤버 한 명이 불가피하게 빠지게 된 상황. 신예찬은 "광일이가 서운하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상엽도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거들었다. 신예찬은 "응원도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고, 최상엽은 "부대에 저희 노래를 듣는 분들이 계신다더라. 저희한테 더 열심히 하라고,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안겼다. 조원상은 "서운하다는 말은 장난이었던 것 같다"며 끈끈한 관계를 짐작하게 했다.

신광일의 부재로 최상엽의 보컬 비중이 커졌다. 조원상은 "상엽이 형의 보컬 색깔에 곡을 더 맞춰야겠다고 판단했다. 두 보컬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아니라 한 사람에 맞추면 돼서 자유도가 높았다"고 프로듀싱 측면에서의 장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곡의 다양성이나 색깔적인 부분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로 다이나믹을 줘야 해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멤버들도 신광일의 빈자리를 함께 채우기로 했다. 조원상과 신예찬은 최근 보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조원상은 "다이나믹적인 부분에서 다른 멤버의 목소리가 한 번쯤 나와야 할 것 같았다. 라이브 할 때 상엽이 형 혼자서 계속 부르면 무리가 가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루시 신예찬/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신예찬/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신예찬/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신예찬/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1996년생 조원상도 입대를 염두에 둬야 할 시기를 맞았다. 그는 그간 팀에서 프로듀싱을 도맡아 왔고, 루시의 음악적 색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과거에는 군백기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이제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조원상은 "멤버 개개인의 역량도 훌륭하고 작곡 능력도 출중하다. 제가 없는 루시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지 오히려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원상은 "제가 군대에 갈 때쯤이면 광일이가 와 있을 수도 있다. '이 셋이서 만드는 루시 음악이 내가 만든 것보다 좋으면 안 되는데' 이런 걱정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루시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밴드들과 차별점을 지닌다. 보컬의 음색도 독특하다. 통통 튀는 요소들을 대중적으로 녹여내기에 어려움을 느낄 법도 하지만, 루시는 이러한 요소를 오히려 강점으로 여겼다. 조원상은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게 곧 대중성이라고 생각한다. 탁 기억에 남는 보컬은 유리한 조건이다. 바이올린도 마찬가지다. 요즘 숏폼 영상을 많이 보지 않나. 바이올린 같은 특수 악기를 화려하게 다루는 영상을 보면 멈춰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바이올린 사운드에 공을 들였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지 묻자 조원상은 "바이올린 사운드다. 모든 앨범에서 그랬다"고 답했다. 신예찬은 "밴드 음악은 대부분 바이올린을 쓰지 않는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게 어려운 점이고, 다른 악기들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고 고충을 고백했다. 그는 "무대에서 MTR을 추가해서 같이 연주하는 식으로 해나가고 있다. 또, 남들이 하지 않는 그런 행동들로 퍼포먼스를 해서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시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는 신곡 발매에 이어 다음달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일곱 번째 단독 콘서트 '와장창'을 연다. 티켓 오픈 8분 만에 콘서트 3회차가 전석 매진됐다. 콘서트 매진에 앞서 각종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섰다. 그러나 정작 멤버들은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조원상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내 친구가 루시 아는데'다. 정작 본인은 잘 모르더라"라며 "대놓고 유명한 밴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노래를 한 곡 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밴드라는 생각은 든다"고 밝혔다.

'온다, 온다'하던 밴드 붐이 성큼 다가왔다. 최상엽은 "덕을 많이 봤다. 페스티벌이나 공연의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져서 많은 분이 더 거부감 없이 음악을 접하게 됐다. 밴드 음악 음악은 수명이 길다. 전망이 무조건 밝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에 차 말했다.
루시 (왼쪽부터 신예찬, 조원상,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 (왼쪽부터 신예찬, 조원상, 최상엽)/ 사진 제공=미스틱스토리
루시는 밴드 붐 속에서 교두보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상엽은 "밴드 음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다. 최전방에서 밴드에 입문하시는 분들의 발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원상도 "친근한 밴드가 돼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고 싶다"며 공감했다. 다만 징검다리 역할만 다하게 되면 서운하진 않겠냐는 질문에는 입 모아 "서운하다"고 답했다. 조원상은 "꽉 붙잡고 있을 자신이 있다. 사실은 입구에서 막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루시는 내달 데뷔 5주년을 맞는다. 그간 '개화', '낙화' 등 꽃과 관련된 노래를 여러 차례 불러온 루시. 신예찬은 '루시라는 꽃이 얼마나 핀 것 같냐'는 질문에 "정말 많이 피었다"고 답했다. 조원상은 "우리는 민들레 같다. 수수한 꽃이지 않나"라며 "그냥 시들어서 죽는 게 아니라 민들레 씨가 돼서 날아간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꽃을 피운다"며 팀을 민들레에 빗대어 표현했다.

'와장창'은 더블 타이틀곡 '잠깨'와 '하마'를 비롯해 '내가 더', '뚝딱', '미워하지 않아도 될 수많은 이유', 'bleu'까지 총 6개 곡이 수록됐다. 이번에도 조원상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최상엽이 'bleu'를 단독으로 작사, 작곡, 편곡해 루시만의 색깔을 더했다.

루시의 여섯 번째 미니 앨범 '와장창'은 이날 오후 6시 발매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