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림 / 사진=텐아시아DB
강해림 / 사진=텐아시아DB
"진프로를 연기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컸어요."

영화 '로비'에서 골퍼 진프로로 출연한 배우 강해림이 캐릭터에 대한 감정을 이같이 밝혔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 진프로는 슬럼프에 빠진 골퍼로, '드라이버 입스'로 인해 드라이버만 잡아도 눈앞이 흐려지는 상태다. 골프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사업 로비를 위해 골프 라운딩에 한 번만 나와달라는 윤창욱 대표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강해림은 "진프로와 내 성향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묵묵하게 참고 견뎌온 시간이 많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버 입스가 오고 선수로서 생명이 거의 끝났다 싶은 위기에 처한 모습이 안쓰러웠어요. 힘든 시간을 오래 겪었고 무너진 적이 있다는 점도 닮았죠. 라운딩 중 난처한 상황에도 묵묵히 견뎌요. 저도 좀 버티는 스타일이에요."
'로비'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로비'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로비 골프 라운딩 멤버는 진프로와 윤창욱 대표, 라운딩을 알선해준 박기자(이동휘 분), 그리고 정치계 실세 최실장(김의성 분). 극 중 최실장은 진프로를 향한 팬심을 가장해 음흉한 언행을 일삼는다. 강해림은 "연기지만 실제로 열받는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최실장보다 더 화나게 하는 건 박기자였다. 옆에서 오두방정을 떨고 이래라저래라하니 열받았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최실장한테 욕하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들 사이에 '더 세게 욕해라', '한 대 때려줘라'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하하. 진프로가 평소 욕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인데 감정이 폭발해서 욕하는 장면에 대해서요. 감독님 요청으로 여러 버전으로 찍었는데, 저는 어색하게 욕하는 장면이 오케이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에너지를 많이 써달라고 했어요. '비스티 보이즈' 속 거칠게 욕하는 장면 영상 링크를 보내시며 '이 정도 느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죠. 목이 쉴 정도로 발악해보기도 하면서 여러 번 찍었어요. 하지만 어색하게 욕을 하는 모습이 진프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배우 강해림 / 사진제공=앤드마크
배우 강해림 / 사진제공=앤드마크
잘나가던 프로 골퍼 역할인 만큼 골프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해림은 "3개월 동안 하루 5시간씩 실제 프로 골퍼에게 레슨을 받고 연습했다. 골프 선수로서 근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PT도 받았다"고 밝혔다.

"배우는 과정이 꽤 힘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해왔다는 설정인 만큼, 몸에 밴 스윙 자세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런 프로의 스윙이 쉽게 나오진 않아서 답답하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죠. 그래도 습득은 빠른 편이었어요. 감독님은 제 외형이 넬리 코다 선수와 비슷하다며, 넬리 코다 선수의 스윙을 보고 따라 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영화 '로비'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로비'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로비'의 감독은 하정우. 그는 윤창욱 역할을 맡아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강해림은 감독이자 배우 하정우와 함께 작업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감독으로서 하정우 선배는 무섭고도 강단 있어요. 카리스마 있죠. 그런데 역시나 유머가 베이스로 깔려 있는 분이세요. 에너지가 넘치죠. 영화 속에서는 창욱 역으로 등장하는데, 창욱으로 있을 때는 감독으로서 무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창욱으로만 보였어요. 안쓰럽고 부족하고 도와주고 싶었죠. '컷 오케이' 나기 전까지는 창욱의 모습으로만 보였어요. 연기하고 감독으로서 '셀프 컷'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좀 웃기기도 했는데 계속하다 보니 적응됐어요. 하하."

이번 작품은 강해림의 스크린 데뷔작. 감독 하정우는 제작보고회에서 "관객들이 실제 프로골퍼라 생각하고 작품을 보길 바랐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 있고 에너지 있는 배우를 찾으려고 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하정우의 말처럼 대중에겐 익숙하지 않은 강해림의 얼굴은 오히려 진프로라는 캐릭터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개봉을 기다리며 많이 무섭고 걱정도 컸어요. 그래도 개봉 첫 주가 지나니 마음이 편해요. 좋아요. 가족들도 기뻐해요. 이번에 무대인사도 처음 경험해봤는데, 좀 부끄럽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재밌었어요."
강해림 / 사진=텐아시아DB
강해림 / 사진=텐아시아DB
강해림은 2016 미스코리아 부산-울산 진을 수상해 본선에 진출했고, 본선 무대에서 최종 15인에 들었다. 강해림은 "어머니가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출전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효도하려고 나가봤다"며 미소 지었다.

강해림은 피아노 전공으로 경성대 음악학부에 입학했다가, 음악에서 연기로 진로를 변경했다. 대학교는 자퇴했다. 연기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는 "악기는 대학 졸업하면 그만둘 작정을 했던 터라 대학에서 좀 쉬자고 생각했다. 자퇴할 생각까진 없었는데 연이어 휴학하는 과정에서 연기 제의를 받아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제가 살짝 운명론자예요. 연기 활동하며 '왜 이 선택을 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어떤 일을 해도 안 힘든 일이 없고 나만 특별히 힘든 것도 아니잖아요. 하하. 악기를 한 게 작품 할 때도 도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17년 데뷔해 이제 조금씩 얼굴을 알리고 있는 강해림은 "어떤 장르든 다 해보고 싶다"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년이면 서른인 그는 "기다리는 시간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나는 왜 많은 작품을 못 할까', '캐스팅이 왜 힘들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차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언젠가 나에게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긍정적 면모를 드러냈다. 또한 "배우에겐 쉬는 시간도 연기 생활에 다 자산이 된다. 좋아하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하면서 건강하게 보내려고 한다"며 단단한 내면을 보였다.

"배우로서 제 장점은 깊게 생각하는 성격이에요. 그런 면을 감독님들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캐릭터에 깊이 파고들게 되니까요. 저는 그 캐릭터를 진심으로 연기할 준비가 돼 있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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