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시즌1보다 훨씬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트랜스젠더 역의 박성훈이다. 박성훈의 미모와 더불어 총격전에서의 활약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AV(음란물) 표지를 SNS에 업로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박성훈을 향한 주목이 눈초리로 바뀐 이유다. 박성훈은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한 상황.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의구심이 가는 다른 대목이 있다. '오징어 게임2'에서 조현주가 트랜스젠더라는 어려운 설정이 굳이 필요했을까라는 의문이다.
박성훈이 '오징어 게임2'에서 연기한 조현주는 성확정 수술을 마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더 글로리'에서 학폭 가해자 전재준이라는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성훈이 이번 '오징어 게임2'로 새로운 캐릭터를 온전히 입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여성이 되고 싶은 성소수자 캐릭터에게 가녀리고 연약한 모습을 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강인하고 주체적인 현주의 모습은 응원을 자아낸다. 현주가 성별과 무관하게 총격전에서 다른 캐릭터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오징어 게임2'의 답답한 전개 속 후련함을 안겨준다. 또한 현주 캐릭터만의 굳건한 면모가 잘 드러난다.
하지만 현주의 성소수자라는 캐릭터성보다는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점이 더 부각된다. 제작진이 현주 캐릭터를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운동선수에 관한 사회적 화두를 다룰 의도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즌2의 부족한 내용만으로는 그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총격전을 리드해줄 캐릭터는 필요한데, 단순히 사격 실력자라는 설정은 밋밋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극적 효과를 위해 군인 출신 트랜스젠더로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소수자를 소재로 콘텐츠를 풀어나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의 여러 목소리와 입장을 다각도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찰이 부족했던 스토리는 극적 효과만 노린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콘텐츠들이 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바람직하지만 끼워넣기식 설정들은 다소 안타깝다. 현주를 성소수자로 설정한 이유가 분명히 드러날 수 있을지 시즌3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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