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시즌1의 대흥행 덕에 연일 신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시즌2의 완성도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시즌1을 봤던 팬들이라면 좋으나 싫으나 시즌2도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시청한 만큼 실망스러운 지점도 여럿 발견된다. 그 중에서 캐릭터의 당위성과 필요성 문제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을 비롯해 여러 캐릭터들의 설정이 의아함을 자아낸다.
'오징어 게임2'에서 성기훈은 456억 원의 상금을 타고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비루한 삶을 이어간다. 456억이라는 상금이 455명의 목숨값이라는 죄의식 때문이다. 그의 죄책감은 납득된다. 하지만 자기 집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가장이 모르는 다수를 위해서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도덕적 인간이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영웅적 캐릭터 구축을 위한 배경 설정이라고 간주하더라도 이야기 전개 중 모순은 또 발생한다. 병정들과의 대결에서 성기훈의 모순은 더욱 뚜렷해진다. 모두를 살리겠다던 성기훈은 대의를 위해 소의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태도를 갑작스레 취한다. 시청자들은 일관되지 못한 성기훈보다 영악하지만 명민하게 행동하는 '빌런' 프론트맨(이병헌 분)을 오히려 응원하게 되는 역설을 경험한다.

성기훈이 참가자들을 살리려다 보니 게임이 진행됐는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생존해 있는 상태. 캐릭터는 늘었지만 캐릭터 하나하나를 담을 러닝타임이 부족하니 이야기가 겉돌기식으로 끝나버리는 이유다. 코인 사기에 연루돼 빚쟁이로 전락한 유튜버 명기(임시완 분), 명기의 전 여자친구이자 임신 중인 준희(조유리 분), 딸의 혈액암 치료비가 필요한 화가 경석(이진욱 분), 해병대 출신의 대호(강하늘 분) 등은 시즌2의 주요 인물인데도 충분히 서사가 담기지 않았다.

코인 투자에 실패한 래퍼 타노스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오히려 분량이 과한 수준이다. 시즌2에 극적 요소를 줄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탑의 연기력이 '오징어 게임2'를 더 삐걱대게 했다. '마약 논란이 있던 배우'라는 현실 문제를 차치하고 탑(최승현)의 연기력만 본다고 하더라도, 답답한 발성, 과장된 몸짓 등은 몰입을 방해했다. 다행인 건 자막 덕에 타노스의 말이 전달됐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인간성 상실과 인간의 탐욕이라는 주제 의식을 담은 작품이다. 시즌2의 캐릭터 서사가 촘촘하지 못한 건 시즌3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얘기하며 시즌3까지 이야기를 늘려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넷플릭스의 행보. 작품 내적으로는 성기훈 캐릭터 설정의 모순, 작품 외적으로는 넷플릭스의 모순. 여러 모순이 뒤엉킨 '오징어 게임' 시즌2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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